현대차그룹 완성차·부품사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단, 원청교섭 쟁취를 내걸고 공동파업에 나섰다. 금속노조는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현대차그룹에 책임을 묻고, 자동차산업 전환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20일부터 이틀간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을 벌였다. 현대차지부 조합원 3만8천 명이 2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기아차지부는 확대간부 파업을 벌였다. 하루 앞선 20일에는 경주·충남·대전충북지부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일부 생산공장과 울산 글로비스 부품·물류 사업장 등이 생산을 멈췄다. 이틀 동안 약 50개 사업장, 조합원 5만여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금속노조가 21일 오후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그룹 정년 연장 쟁취! 부품사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단!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자동차 업종 공동 파업 대회’를 열었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번 파업은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의 뿌리를 지키고 노동의 존엄성을 세우기 위한 파업이며 실질적 권한을 쥔 원청의 책임을 촉구하며, 전환기 속 모든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쟁취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불평등한 공급망을 부수고, 무책임한 원청의 구조를 완전히 도려내어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쟁취하자”며 “후세대에게 착취와 고용 불안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8월 26일 금속노조 총파업으로 자본의 심장부를 향해 나아가자”고 선포했다.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비롯한 지부의 요구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간 회사를 위해 일한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당하거나 단기계약 형태로 내몰려서는 안 된다며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임금 삭감 없는 정상적인 정년 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현대차 사내유보금이 101조 원”이라며 충분한 재원이 있음에도 노동자의 요구를 거부하고 부품사에는 원가 절감을 떠넘기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지부의 임단협 투쟁과 정년 연장 요구가 완성차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사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까지 연결된 자동차산업 전체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강성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은 21차례 진행된 교섭에도 이른바 ‘양재동 가이드라인’ 뒤에 숨어 책임 있는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지부장은 최대 생산과 최대 실적을 만든 주역은 노동자인데 임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등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사측을 규탄하며 최대 실적에 걸맞은 성과 분배와 정년 연장을 요구했다. 아울러 “실질적 고용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며 “기아차지부도 원청교섭이 성사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호 금속노조 울산지부장은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원가절감과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압박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산업전환 과정에서도 자본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더욱 강요하고 있다며 “부품사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완성차 동지들이 함께 싸운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결의했다.

김일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낮은 영업이익률에 시달리는 부품사에 계속 원가절감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노동조건과 생산량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위아 부품 자회사인 테크젠도 자회사 전환 당시 고용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던 원청이 교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오늘 완성차·계열사·부품사 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 시작”이라며 “현대차그룹의 불공정과 차별, 불평등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은 부품사의 납품단가와 노동조건을 결정하면서도 수십 년째 교섭 요구를 거부해 온 현대차그룹을 규탄했다. 정 지부장은 자본이 완성차·그룹사·부품사·하청사 노동자를 끊임없이 갈라치기해왔지만 “우리는 모두 자동차를 만드는 하나의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과 상여금 등 주요 노동조건 역시 완성차 원청의 결정과 분리할 수 없다며 원청교섭과 정년 연장은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 모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대회에 앞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사전 발언도 이어졌다. 김제 자동차 부품사 일강 사측은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의 비자 연장과 계약 갱신을 거부하며 조합원 15명을 표적 해고했다. 일강지회는 이에 맞서 해고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11일 사무동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김필수 전북지부 부지부장은 “사측의 협박과 어용노조 압박을 뚫고 세운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하나 되어 끝까지 싸워 승리할 것”이라며 연대를 호소했다.
이청수 충남지부 현대모비스아산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계열부품사 구조개편이 노동자의 고용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결정권 없는 자회사가 아닌 원청 현대모비스와의 직접 교섭을 쟁취하겠다고 결의했다. 권미경 구미지부 모베이스오토지회장은 “원청의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불합리한 단가 정책으로 인한 업체의 불안과 임금체불은 고스란히 하청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원청의 책임을 촉구했다.
발언을 마친 조합원들은 완성차·부품사·하청 노동자의 노동이 모여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된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의식을 벌였다.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이 각급 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26일 총파업을 비롯해 투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