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지배력·교섭해태 등 조목조목 주장 … 이날 2차 교섭, 갈등 또는 진정 분수령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4일 오전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중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BGF리테일을 비판했다. <화물..
2026-04-25 |
실질적 지배력·교섭해태 등 조목조목 주장 … 이날 2차 교섭, 갈등 또는 진정 분수령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4일 오전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중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BGF리테일을 비판했다. <화물연대본부>
CU BGF 화물노동자가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BGF리테일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위원장 김동국)는 24일 오전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GF는 교섭을 약속해 놓고 뒤에서는 가처분을 준비하며 화물노동자를 속이고 있었다”며 “서아무개 조합원 뜻을 짓밟는 모든 기만과 책임 회피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PS·앱으로 노동자 동선·차량 상태 모두 조회
화물연대는 이날 BGF리테일이 22일 교섭 이후에도 견지하고 있는 원청 사용자성 부정 주장을 반박했다. 화물연대는 계약서의 내용과 노동처우의 실질을 고려하면 BGF리테일이 화물노동자 처우를 결정하는 사용자로 교섭의무를 진다고 강조했다. 계약서를 살펴보면 BGF리테일 상품을 화물노동자가 배송하는 노무제공에 해당하고 BGF가 정한 기준을 충족한 차량만 배타적으로 계약을 수행할 수 있는 점과 배송코스의 결정과 점착시간 등도 BGF리테일의 기준을 수용해야 하는 점 등이 눈에 띤다. 차량 배송 점착시간·상차시간·애냉시간 준수 의무가 부여되며 센터가 정한 운행계획을 거부할 수 없다. 12~13시간 장시간 노동을 해 CU BGF 물량 외 다른 물량을 운송할 기회 자체가 차단되며, CU 화물노동자는 대부분 소득을 BGF리테일과의 계약에 의존해 전속성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BGF리테일 화물 운송시 사전에 BGF리테일이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고, BGF리테일은 이를 토대로 화물노동자 운행코스와 배송과정을 모두 관리한다. 화물연대는 주 1회 이상 휴무 보장과 운임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BGF리테일이 정한 것이라 하청 운송사가 변경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을 실질적 지배자로 본다. 게다가 화물연대는 이밖에도 차량에 부착한 GPS를 활용한 차량 온도 기록 전달, 주류 운반 허가증 발급 등 BGF리테일과 로지스의 촘촘한 통제를 강조했다.
센터별 합의? 동일한 운송료 지급 받아
센터별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운임을 올려 왔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화물연대는 저온 운임 인상률을 근거로 인상이 더디고 센터별 협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2016년 285만원이던 운임은 최근 10년간(2016~2025년) 최대 인상폭이 2018년 292만원에서 2019년 302만원으로 3.42% 오른 데 그쳤고 2018년과 2020년, 2024년, 2025년 4차례 인상률이 1% 미만에 머물렀고, 2019년(3.42%)을 제외하면 모두 1% 중반 인상률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센터별 협의를 통한 처우개선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센터별 물량과 거리, 시간, 지역이 다르다는 게 BGF리테일쪽 주장이지만 화물연대는 “이미 센터별로 동일한 운송료(월대)를 지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동국 위원장은 ”22일 교섭에는 국토교통부, 지방노동청, 국회의원이 있었고 BGF리테일 스스로도 교섭이 맞다고 인정했는데 이제 와 아니라고 우기냐“며 ”이는 서아무개 동지를 모욕하는 일이고 유가족을 짓밟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차 교섭을 시작했다. 22일 교섭 이후 두 번째 실무교섭이지만 1차 교섭한 22일 이후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과 원청 사용자성 부정 같은 논란이 증폭한 상황이라 향후 갈등 격화 또는 진정국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 시점 ‘깜깜’ … ‘비쟁점 법안’ 난임 유급휴가 확대 처리기자명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국회 본회의 전경 <자료사진 강한님 기자>‘산재와의 전쟁’을 치를 노동안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몇 달째 국회에서..
2026-04-25 |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 시점 ‘깜깜’ … ‘비쟁점 법안’ 난임 유급휴가 확대 처리
기자명
▲ 국회 본회의 전경 <자료사진 강한님 기자>
‘산재와의 전쟁’을 치를 노동안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몇 달째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산재에 취약한 하청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주고, 산재다발 기업에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의 법안들이다.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는데도 번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서 올려도 두 달 넘게 지연
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난임치료휴가의 유급기간을 현행 2일에서 4일로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법안 100여건을 의결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내 성희롱 과태료 부과 대상에 법인의 대표자와 그 친족을 명시하는 조항도 함께 개정됐다. 지난 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22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 빠르게 본회의로 직행했다.
두 법안보다 먼저 기후노동위에서 처리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상정시점이 오리무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작업중지의 요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로 바꾸고, 하청노동자가 원청에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근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이 사망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에는 산재 국선대리인제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유독 이 두 개정안만 본회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바꾸고, 임금체불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은 비슷한 시기 기후노동위를 통과해 이미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원청에 작업중지·국선대리인 조력 ‘요원’ “기업 똑바로 활동하겠냐”는 야당에 막혀
산재 감축을 주요 국정방향으로 추진하는 정부를 국회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해당 개정안들은 정부가 여당에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부터 통과를 요청했던 법안이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안전종합대책과 올해 예산안, 국정과제와 관련돼 있다.
국회가 입법을 미루는 사이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 집중됐다. 본지가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현황(2022년 1월~2025년 12월) 전수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중대재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대우건설이었다. 14건의 사고로 15명이 숨졌는데, 노동자 15명 모두 하청 소속이었다. <본지 2026년 4월22일자 4면 “[단독 - 중대재해 발생현황 전수 분석] 4년간 2천436명 죽었는데 실형은 단 ‘6%’뿐” 기사 참조>
이날 본회의 통과가 무산된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현장에서 작동했다면 ㈜대우건설 하청노동자는 원청에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2022년 3건(3명), 2023년 2건(2명), 2024년 6건(7명), 2025년 3건(3명)으로 사망사고가 4년 내내 발생한 ㈜대우건설에 대해 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우건설 산재 피해 노동자의 유가족은 사회취약계층이라면 국선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줄곧 반대했다. 기후노동위에서부터 법안이 충분히 숙고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국민의힘쪽의 요청으로 잠시 공개로 전환된 지난 2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등록말소가 겁나서 똑바로 활동을 하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고용노동소위와 기후노동위 전체회의에서 각각 항의한 뒤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특정 직역단체의 입장도 대변하고 있다. 지난 2월 법사위에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신청 단계에서부터 (산재 국선대리인이 사건 대리를) 하게 되면 공인노무사의 역할이 아예 없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변론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근로자대표제 보완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 힘 못 쓰는 노동이사제 정비 필요기자명▲ 지난해 4월4일 오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피청구인 대통령..
2026-04-06 |
근로자대표제 보완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 힘 못 쓰는 노동이사제 정비 필요
기자명
▲ 지난해 4월4일 오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일로 윤석열씨가 탄핵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탄핵 광장을 채웠던 시민들은 권력을 교체했고, 새 정부는 사회 전 부문에서 개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회복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산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6’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 지수는 지난해 41위에서 올해 22위로 뛰어올랐다. 국무회의,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대통령과 정부부처 고위관료, 공공기관장까지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시민이 좀처럼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던 정책의 논리구조를 자신의 목소리로 소개했다. 국민의 알권리는 신장됐다.
분명 정치 민주주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일터로 눈을 돌리면 바뀐 세상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비상계엄에서 보듯 정치 민주주의가 죽고 사는 문제로 진화하는 것처럼, 일터에서도 민주주의가 같은 영향을 준다. 14명이 목숨을 잃은 안전공업 사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안전공업 사업주는 평소에 이렇게 두면 위험하니 조치해 달라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사자들에게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이 있는지 들으라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있고, 더군다나 오래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인데도 그랬다.
공장 문앞에서 멈춘 민주주의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605명인데 50명 미만 사업장이나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351명이었다. 2024년에 비해 12명이나 늘었다. 특히 5명 미만이거나 5억원 미만 현장에서 174명이 숨졌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22명이나 증가했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위험하다는 뜻이다.
숫자로만 보면 죽음의 거리와 노동조합 조직현황은 반비례한다.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곳에서 산재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때, 즉 노동자들이 뭉치고 목소리를 내고 사업주와 대등하고 협상할 때 산재는 줄어든다. 올해 초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말했듯, 일터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대부분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는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3%다. 공공부문이 71.7%고 민간부문은 9.8%에 불과하다. 300명 이상 사업이 35.1%, 100~299명 사업장이 5.4%, 30~99명 사업장 1.3%, 30명 미만 사업장은 0.1%다. 지난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노조 조직률은 1995년 이후로 15% 벽을 넘은 적이 없다.
노조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대표 여전히 제도 미흡, 사용자는 악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와 고용형태 다변화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며 노동자를 대변할 조직을 만드는 일은 더 꿈 같은 일이 되고 있다. 노조를 조직하기 어려운 곳에서 노조를 대신해 노동자가 대등한 협상력을 갖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장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를 두고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가 대표를 선출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근로자대표제와 노사협의회를 내실 있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근로자대표는 노사협의회에서 사용자와 작업환경·교육훈련·고충처리·복지제도 개선 등을 협의한다. 사용자는 경영·인력계획과 재무상황을 근로자대표에게 보고한다.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노조가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위원을 위촉한다.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협상해야 하지만 관련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이를 악용해 임의로 근로자대표를 정하고, 유연근로제·재량근로제를 도입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020년 게임업체 펄어비스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안경·향수 브랜드 젠틀몬스터·탬버린즈를 운영업체 아이아이컴바인드도 근로자대표와 재량근로제 도입과 휴일근로 대체에 합의하며 디자이너 과로·공짜노동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자는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다.<본지 2026년 1월5일자 [단독] “주 70시간 켜진 등대” 젠틀몬스터 청년 디자이너 ‘과로·공짜노동’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대표 선출 절차와 권한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경영학) 교수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와 협의·결정할 사항이 30여개가 된다”며 “대표 선출 절차나 권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대표성이 여러 법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노동자 대표기구가 노조로만 수렴된다”며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사·정은 2020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과반수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위원들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회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지위를 가진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합의는 아직까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갈 길 먼 공공기관 노동이사
법으로 정해진 일터 민주주의 관련 제도도 힘을 받지 못한다. 노동이사제가 대표적이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에서 우선 실시했고, 앞으로 민간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정과제에 노동이사제 확대 및 활성화 계획을 담았다.
노동이사로 선출되면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노동이사의 힘을 빼고 있다. 노동이사는 본업을 하면서 이사를 겸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근무평정 권한을 갖고 있다. 이사회에서 사용자쪽 의견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면 인사 불이익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수자원공사 노동이사인 권용범 국가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부의장은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는 헌법상 권리인 단결권을 원천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며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120다사콜재단 노동이사인 박경은 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상임의장은 “중앙정부가 제도 운영 실태를 책임 있게 점검하고,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노동이사협의회는 5월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로 통합한다. 노동이사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요구 중 하나는 지방공기업 노동이사제 법제화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운영되는 중앙공공기관과 달리, 지방공공기관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노동이사 근거를 두고 있다. 지자체 성향에 따라 노동이사 임명 여부가 갈린다. 지난해 1월 기준 18개 시·도 중 6곳은 조례가 있지만 노동이사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노조 “안전점검 요구 회사가 묵살” … 불법증축물 산업안전 영향 쟁점기자명이재 기자▲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주식회사 화재참사와 관련해 사용자쪽이 노조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가 집중된 건물의 ..
2026-03-31 |
노조 “안전점검 요구 회사가 묵살” … 불법증축물 산업안전 영향 쟁점
기자명이재 기자
▲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주식회사 화재참사와 관련해 사용자쪽이 노조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자가 집중된 건물의 불법증축 여부도 화재원인 규명과 책임소재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날 안전진단을 거쳐 유가족과 함께 사고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하려 했지만 안전진단 결과 붕괴 등 위험이 커 23일로 합동감식을 연기했다.
사망자 신원확인도 이르면 23일 완료하고 유가족 통보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늦은 저녁 마지막 시신을 확인했고 가장 먼저 발견된 시신은 40대 남성으로 밝혀져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유가족 참여 합동감식 23일 실시 엔진 밸브 공정 발화점 추정
합동감식이 연기되면서 사고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환풍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발화 지점은 현재 동관 1층 엔진 밸브 생산공정 부근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공공정에서 사용된 절삭유 때 등이 불길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장 내부 CCTV는 구하지 못했지만 외부 CCTV 영상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속적인 화재위험에 대해 경고했지만 사용자쪽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언론브리핑을 한 황병근 안전공업노조 위원장은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가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노조가 반복적으로 제기한 안전 경고와 현장 지적을 (사용자가) 묵살해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생존자는 평소 화재경보기가 자주 오작동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원인과 함께 불법증축물의 사고 영향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9명이 건물 3층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은 2층의 복층으로 허가 없이 불법증축된 공간으로 추정된다. 체력단련장으로 쓰인 곳인데 창문 같은 환기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뒤 이 공간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웠거나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영향이 있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련 조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화재 같은 사고예방 조치가 충분했는지 여부도 규명 대상이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불법증축물로 인해서 대피가 어려워졌는지, 산업안전 조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실제로 대처에 어려움을 줬다고 하면 업무상과실치사 구성시에 추가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증축 자체도 건축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는 “건축법 19조에 따른 용도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불법으로 증축 등을 했을 때 같은 법률 108조에 따라 건축주와 공사시공자를 처벌한다”고 말했다.
정례브리핑 등 유가족·피해자 돌봄 강화
한편 정부는 사고원인 조사 등 원인 규명과 함께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3차 중대본 회의를 연 정부는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유가족과 피해자의 심리와 장례, 생계 지원을 실시하고 대전시청 내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사고 수습 진행 상황을 정례브리핑하고 사고원인 조사에도 유가족 참여를 보장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실제로 유가족과 피해자 대상 관계기관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재난특교세) 10억원을 대전시에 지원해 현장 주변 잔해물 처리와 구호 활동, 2차 피해 예방 대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15일째, 원청 대부분 묵묵부답 … 자산관리공사·포스코 사건에 ‘주목’어고은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14일이 지난 가운데,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2026-03-25 |
개정 노조법 시행 15일째, 원청 대부분 묵묵부답 … 자산관리공사·포스코 사건에 ‘주목’
어고은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14일이 지난 가운데,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첫 문턱인 교섭요구 사실공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의 시정신청으로 이달 23일 노동위원회에서 첫 사용자성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연기 또는 취하로 무산됐다. 다음달 초 첫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예정된 심판 일정 밀리거나 사건 취하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달 2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HD현대삼호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심판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가 20일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노조가 사건을 취하했기 때문이다. HD현대삼호는 공고에 앞서 지회에 ‘교섭요구 사실공고 이행 및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협조 촉구’ 공문을 통해 “이번 조치는 노사 대화 촉구를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행정적 이행”이라며 “실제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향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당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항목에 한해 성실히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일 충남지노위 일정으로 공지됐던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심판회의도 연기됐다. 앞서 공공연대노조 한국자산관리공사 콜센터분회는 자산관리공사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따라 13일 노동위에 시정신청을 했다. 충남지노위는 20일 노조에 향후 심문회의 개최 예정일을 4월2일로 하되 확정되면 별도로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자산관리공사가 사실 공고를 하거나 노조가 취하하지 않는 이상 첫 사용자성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월3일까지 전국 지방노동위원회 회의 일정을 확인해 보니 원·하청 교섭 관련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 일정이 공지된 것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노동위는 교섭요구 사실 시정신청 접수 이후 10일 이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원·하청 교섭의 경우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한 차례에 한해 1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노동위가 고용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취지로 시정명령을 내린다.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관서에서 이행을 지도하고, 그럼에도 불응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조치할 수 있다.
원·하청 교섭 테이블 ‘1호’ HD현대중공업 될까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은 노동위에서 줄줄이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는 인덕대학교·성공회대학교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따른 시정신청을 했고,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도 백화점·면세점 11개사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했다.
시정신청만이 아니라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다음달 초 첫 사건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노위는 다음달 3일 포스코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는 각각 상급단체별로, 직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취지로 노동위에 지난 10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다음달 9일 경기도와 부천시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이외에도 국민은행·국민카드·하나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이 접수된 상태다.
교섭요구 노조 확정 공고를 한 사업장 가운데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테이블에 가장 먼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지난 21일 확정 공고를 한 HD현대중공업이다. 노조는 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유일노조여서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 없이 교섭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섭 의제를 두고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휴머노이드, 생산가치 없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 CES 출품 12종 산업현장 아닌 ‘가정용’ 투입도 염두에기자명이재 기자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
2026-03-09 |
전문가들 “휴머노이드, 생산가치 없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 CES 출품 12종 산업현장 아닌 ‘가정용’ 투입도 염두에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지난달 2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 교내 연구실과 연구진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한 자리다. 그날 행사는 최근 피지컬 인공지능(AI) 열기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웨어러블 로봇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행사에서 서울대 교수들은 입 모아 “휴머노이드 이전에 인간을 돕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소장을 맡은 박종우 교수(기계공학)는 “향후 경쟁은 누가 더 사람처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4~7일 열린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에서도 “AI를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장”이라며 “로봇 조작은 접촉 상태에서 운동과 힘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힘 조절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단순히 대상물의 위치정보를 지각하고, 들어 올리거나 옮기는 동작을 수행하는 것 이상의 정밀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실 물리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인정이다.
세계적인 석학도 휴머노이드 개발 경향을 비판적으로 본다. 헨릭 크리스텐센 미국 UC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휴머노이드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공장 바닥에서 걷는 것은 시간낭비고 안전하지도 않다”며 “유용한 일을 하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작을 시연하는 휴머노이드에 대해서도 “생산 가치가 없는 엔터테인먼트”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AI를 탑재한 로봇, 그러니까 피지컬 AI의 개발이 완성단계에 달하면 산업현장에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견되는 게 다크팩토리다. 로봇이 일하기에 인간의 눈을 밝힐 조명이 필요 없어 어두컴컴해진 공장에서 기계만 돌아간다는 상상이다. 대만 TSMC가 일부 성공했을 뿐 아직 다크팩토리는 상상의 영역에 남았다. 이런 다크팩토리에는 굳이 인간을 닮은 로봇이 있을 이유가 없다.
인간을 닮아 사람의 일터에 쉽게 적응할 것이란 믿음
그런데 왜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는 인간을 닮았을까. 현재 산업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인간과 상이하다. 팔 하나만 길게 뻗어 있거나,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캐터필러를 달았다. 머리는 없기 일쑤고 손가락도 5개가 아니다. 기괴하게 특정한 기능만 강화된 형태다. 그런데 2022년 테슬라가 발표한 옵티머스를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월 열린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CES)에는 옵티머스와 아틀라스를 포함해 휴머노이드 12종이 출품됐다.
휴머노이드의 용도는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분화하는 추세다. 물론 둘 모두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제한적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산업현장과 함께 가정용 작업을 지원하도록 설계한 모델이다. 1X가 공개한 네오도 AI를 기반으로 산업현장보다 비정형적 환경에서 일상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산업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된 휴머노이드는 아틀라스와 옵티머스 2세대,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G1, 애질리터 로보틱스의 디지트, 앱트로닉의 아폴로, 피규어AI의 피규어03, 딥 로보틱스의 DRO2, 로봇에라(Era)의 L7이다. 엔지니어드 아츠가 개발한 아메카는 독특하게도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장착해 사회적 상호작용 로봇을 표방한다.
산업용 활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역은 제한적이다. 주로 물류에 투입된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G1은 높이가 1미터40센티미터로 다른 휴머노이드에 비해 비교적 작다. 물류와 서비스 부문의 자동화를 주요 목적으로 뒀다. 이보다 더 작은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이번 CES에 출품된 휴머노이드 중 가장 비인간적인 형태로 만들어졌고, 1미터2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주로 도심 환경에 맞춰 라스트마일배송(출고 상품의 소비자 전달 최종 배송 구간)에 활용될 거로 보인다.
이런 개발 흐름은 뚜렷한 경향을 갖고 있다. 바로 범용성을 토대로 한 인간 편의적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다. 삼성SDS는 2024년 6월 펴낸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휴머노이드의 강점으로 인간 작업환경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강조했다. 인간을 위해 설계한 도구와 장비, 공간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일터에서 일하려면 인간을 닮아야 하기에 휴머노이드 개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크팩토리는 생산공정 변화와 함께 온다 “로봇이 주류, 인간이 설 자리 없는 공간일 수도”
피지컬 AI에서 피지컬이라는 단서를 뺀다면 이미 AI는 산업 곳곳을 어둡게 바꿨다. 대표적인 게 콜센터다. 지난해 9월2일부터 11월21일까지 AI 도입 콜센터와 미도입 콜센터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담 콜수는 하루 평균 80건에서 66.1건으로 13.9건 감소했다. 다만 건당 상담 통화시간이 6.95분에서 7.55분으로 늘었다. 일은 줄고, 더 어려워진 셈이다. AI 도입 이후 고객들의 짜증(58.5%)과 화(34.6%)가 증가해 민원 증가를 이끌었다는 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콜센터는 AI가 인간과 협업할 이유가 없는, 어떤 의미에서 명료한 다크팩토리다.
피지컬 AI의 다크팩토리는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박근태 연구활동가(전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피지컬 AI 도입은 생산공정의 변화와 함께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 공장은 자동차의 외형만큼이나 변모해왔다. 김진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10여년도 전에 현대차가 작업자의 노하우를 남기겠다며 조사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당시의 노하우는 지금 라인의 형태가 달라져 다시 써먹기 어려울 정도”리고 설명했다. 박 연구활동가는 “만약 피지컬 AI를 도입해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면 지금 현재 공장 노동자가 갖고 있는 암묵지는 활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생산공정의 변화를 토대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그곳은 인간의 공장에 로봇이 들어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이미 로봇이 주류여서 인간이 설 자리가 없는 공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없는 것도 만드는 ‘생성형’ AI의 그늘 … 산업현장선 치명적 산재위험 될 수도기자명이재 기자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2026-03-09 |
없는 것도 만드는 ‘생성형’ AI의 그늘 … 산업현장선 치명적 산재위험 될 수도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인공지능(AI) 로봇도 잊을 수 있다. 허풍이 아니다. 세계에 AI 충격을 던진 딥마인드의 연구진 제임스 커크패트릭은 2017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속학습은 현재 과제와 관련된 정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학습한 과제의 지식이 갑자기 소실되는 경향 때문에, 인공 신경망에 특히 큰 도전을 제기한다”고 썼다. 이런 현상을 ‘파국적 망상’이라고 부른다.
9년 전 논문이니 지금은 해결이 된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유창동 카이스트 교수(전기및전자공학)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어려운 문제이고 아직까지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학계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AI의 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발달한 대목은 왜 잊었는지 역추적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레그와 리즈닝 방식의 접근을 한다”며 “레그는 출력값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고, 리즈닝은 해당 출력값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출처를 공개하고 문제풀이시키는 것이다. 그만큼 망각은 난제다.
또 다른 난제는 환각이다. 이를테면 “세종대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대륙 패권을 두고 1121년에 전쟁을 벌였을 때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전투 이름이 뭐지”라고 물을 때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는 게 환각이다. 초기 AI에서 자주 발견됐던 문제고, 최근 생성형 AI는 교차검증을 강화하면서 이런 환각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완전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대법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허위사건번호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변호사 등이 법원 제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만든 가짜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허겁지겁 마련한 자구책이다.
학습 통해 성장하는 AI의 딜레마 새로운 것 배우면 기존에 배운 것 망각
이런 문제들의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학습이다. 지속적인 학습데이터를 먹이로 하는 AI 신경망이 새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특정 목표를 위한 정밀조정을 거쳤을 때 그 시점 이전에 학습한 작업을 잊어버린다. AI는 수많은 학습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이 정한 목표함수에 가까워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목표함수와 먼 값을 버리고, 가까운 값을 취하면서 정답에 기운다. 기울기다. 문제는 새로운 학습데이터를 주입해 학습을 다시 시작했을 때, 새 학습데이터가 목표함수와 가까운 또 다른 기울기를 제안하면 기존의 학습을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이 대목이 망각이다. 출력값이 아예 달라 새롭게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수행했던 작업조차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파국적 망각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면 기억을 떠올려 보기라도 하겠지만 AI는 그조차 불가능하다.
이 망각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당장 산업현장에 도입해야 하는 기업은 제한된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리적인 특정 공간을 그대로 디지털로 복사해 그 안에서 AI가 학습데이터를 실제 시연하고 훈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물리적 공장을 전면적으로 복사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유창동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방법은 기존의 데이터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방식이다. 목표함수로 도달하는 특정한 기울기를 고정해 새로운 학습데이터가 이와 멀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게 뼈대다. 특정 정보값을 묶어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매핑 방식’으로도 부른다. 이 역시 물론 연구 단계다.
아예 학습을 제한하는 방식도 있다. 중앙집중 학습 방식이다. 말 그대로 수집한 데이터를 중앙제어 컴퓨터가 학습해 버전을 높이고, 이를 통해 무결하다고 여겨질 때 상용화한 AI에 수혈하는 식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이 산업현장에 도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피지컬 AI 1기마다 자율적인 학습을 한다면 그것은 표준화하고 규격화해 생산효율을 높이겠다는 기업의 전략과 맞지 않다. 게다가 피지컬 AI 1기마다 충분한 자율학습이 가능하도록 투자하는 것은 지나치게 고비용일 뿐만 아니라 피지컬 AI 1기가 가질 수 있는 연산능력의 한계도 분명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중앙제어 컴퓨터는 현장의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등이 이런 방법을 쓴다. 결국 통제권을 인간이 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챗GPT가 내놓은 피지컬 AI 6개 우려 “AI가 이해했는지 검증하고 실험하라”
연구의 진척과 별개로 이처럼 로봇도 잊을 수 있다는 명제는 산업현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산업재해 위험이 커진다. 있지도 않은 장애물을 환각으로 생성해 회피하거나 산업안전 관련 규범을 망각해 사고를 낼 현실적인 염려가 있다. 생성형 AI인 ‘챗GPT’에게 물으니 망각과 환각 현상이 잔존한 가운데 피지컬 AI를 산업현장에 투입했을 때 우려점으로 △이전에 학습한 안전 규칙이나 작업 절차를 잊을 우려 △업데이트 뒤 기존 안전 동작이 약화될 가능성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 상실 △실제 센서 데이터와 다르게 해석할 우려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있다고 판단할 우려 △위험 물체를 인식하지 못할 우려를 꼽았다. 종합적으로 “드물지만 중요한 규칙을 잊는 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안전은 확률적으로 맞다가 아니라 항상 안전해야 한다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인간 전문가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유창동 교수는 피지컬 AI를 산업현장에 도입할 때 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유 교수는 “충분한 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또 데이터셋이 충분히 보완돼야 하고,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이 많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어떤 학생이 시험문제를 풀 때 해당 법칙을 완벽히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문제 출제가 중요하다”며 “피지컬 AI 실험 역시 학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하기 위해 새로운 문제를 계속 테스트해야 하고, 이 테스트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 현상과 관련한 현대자동차그룹 피지컬 AI 아틀라스의 대응을 점검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에 연락했지만 아틀라스 개발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담당한다는 이유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인간노동 학습해야 하는 피지컬 AI … 신체정보 주권 문제 쟁점 될 수도기자명이재 기자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생성형 AI 제작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2026-03-09 |
인간노동 학습해야 하는 피지컬 AI … 신체정보 주권 문제 쟁점 될 수도
기자명이재 기자
▲ 생성형 AI 제작
그리스로마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계의 끝에서 천구를 짊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거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현장의 무게를 로봇이 짊어지는 상징에 착안해 생산현장에 도입할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라스가 짊어진 것은 산업현장의 중량물이 아니라 AI와 노동의 문법에 대한 질문이다. 신화는 시간에 풍화했지만, 질문에 정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일노동뉴스>는 3회에 걸쳐 아틀라스의 현재와 AI의 산업현장 진입 과제, 그리고 사람과의 공존을 묻는다. <편집자>
<연재 순서>
① 아틀라스는 무엇을 보고 배울까 ② 망각과 환각 ‘로봇도 잊는다’ ③ 인간을 닮은 로봇이 향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도입을 두 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첫 단계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품 분류 및 서열작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어 2030년부터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 이런 단계적 투입방식은 그 자체로 아틀라스의 현재 수준을 대변한다.
부품 분류와 서열작업을 보자. 완성차 생산공정에서 부품 분류와 서열작업, 그리고 불출은 협력사가 주로 맡아온 업무다. 부품 분류는 다시 부품 선별과 서열업무로 구분한다. 자동차 조립공정에 맞게 팔레트에 부품을 분류하고, 조립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게 부품서열이다. 고도로 자동화되고 분업화된 자동차조립 공정에서 1분1초라도 시간지연을 줄이기 위해 부품서열은 매뉴얼 같은 원청 통제 아래 놓인다. 불출은 이렇게 부품이 배열된 팔레트를 실제 공정으로 옮기는 업무다. 무겁고 힘들지만 어렵거나 고숙련이 필요한 업무는 아니다.
2030년 목표도 이어서 살펴보자. 부품 조립 업무에 투입한다는 것인데, 목표는 의장라인으로 보인다. 의장라인은 각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만든 프레임과 부품모듈을 한데 합쳐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하는 최종공정이다. 현대차를 기준으로 가장 자동화율이 떨어지는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의장라인 업무 자체가 난도가 매우 높은 작업은 아니나 정밀작업이 많고 인간의 다양한 신체기능을 사용해야 해 자동화가 쉽지 않다”며 “용접라인도 정밀한 작업을 요하지만 규격화한 방식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처리할 수 있어 자동화율이 100% 수준에 달해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노동자의 ‘암묵지’가 작동하는 영역이라는 의미다.
5년 뒤 생산공정 투입, 인간 대체 ‘실증’할까
그래서 2028년과 2030년은 본질적으로 다른 시간표다. 발표는 2028년 단순업무, 2030년 정밀업무에 마치 계단식으로 AI를 투입하겠다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지만 실제로는 올해 1월 발표 이후 2030년까지 5년간 직접생산공정에 AI를 한꺼번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는 게 맞다. 이 소장은 “2028년의 부품 분류·서열·불출 업무에 숙달한 AI 로봇이 출시됐다고 해서 2030년 직접생산공정 투입이 용이하거나 쉬워지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시점부터 2030년을 향한 학습을 시작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비로소 AI의 쓸모가 탄생한다. 사실 부품의 분류와 서열, 그리고 불출에 쓸 로봇이 AI까지 탑재해야 할 필요는 크지 않다. 이미 불출업무에는 이동로봇이 투입되기도 했다.
2030년의 목표는 다르다. 의장업무는 페인트칠(도장)까지 마친 차체에 2만개가량의 부품을 조립해 넣는 일이다. 그러면서 배선과 배관작업 등도 해야 한다. 물론 한 명이 다하는 것은 아니다.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정해진 업무를 한다. 아틀라스가 해야 하는 것은 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뤄지는 인간의 일을 학습하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인간을 대체할 여지는 커진다.
원칙적으로 바로 이 대목에서 AI와 인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학습이다. AI는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를 학습해 업무를 익힌다.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가 열렸던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틀라스가 준 시각적 충격은 물론 컸지만, 학습을 통해 결과를 산출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 없는 학습 계획? 최초 데이터는 있다
지금 현대차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거로 보인다. 인간 없는 학습에 대한 기대다. 현대차가 지분을 소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미국에 개소하는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에서 아틀라스 학습과 훈련을 진행한다. 현대차 계획은 응용센터에서 학습한 훈련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에서 학습한 실전 데이터를 되먹임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은 공장의 모든 영역이 데이터화한 것이다. 이 데이터를 아틀라스에 학습 및 훈련 시킨 뒤 응용센터에서 실제 공정을 재현해보고 이를 다시 데이터화해 로봇 행동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공장의 모든 데이터가 로봇을 위해 축적되고, 로봇은 이를 학습해 다시 공장을 가동하는 이상적인 형태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아틀라스에게 학습할 최초의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다. 노동자가 산출한 데이터가 없다면 학습은 불가능하다. AI가 AI를 학습해도 결과는 1 더하기 1은 2다.
공장으로 돌아가보자. 자동화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오차의 범위가 크고, 노동자의 숙련이 반영된다는 의미다. 암묵지다. 박근태 연구활동가(전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현대차 공장 내 업무 모습을 촬영하거나 하는 것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쪽 역시 관련한 시각정보를 갖고 있거나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2030년까지 정밀작업에 AI를 투입하겠다면 해당 정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대차가 수십년간 공장을 돌리면서 축적한 데이터와 그를 바탕으로 한 매뉴얼이 이미 암묵지를 흡수했다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조선업 피지컬 AI 개발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거대한 선박을 용접하고 만들어야 하는 조선업과 비교하면 완성차는 컨베이어벨트를 근간으로 일정한 업무를 반복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암묵지가 개입하는 정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개인정보 가운데 신체정보는 노동자의 개별 동의가 필수고, 업무용 데이터는 사용자가 소유권을 주장해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공장업무에서 어디까지가 신체정보이고 어디까지가 업무용 데이터인지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국, AI 특례로 ‘정보 주권’ 백도어 설치
암묵지가 있고, AI 학습을 위해 사용자가 이를 필요로 한다면 현대차에 국한해 노사 전선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무 노하우 관련한 개인정보 쟁점에 민감하지 않았다”며 “향후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전선의 기준이 될 개인정보, AI 학습과 관련한 국내 규범은 다소 이례적이다. 개인정보는 개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상례와 달리 우리나라 법·제도는 지름길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1월부터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이 분야 규범을 형성한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적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원본데이터를 가명처리 없이 학습데이터로 쓸 수 있는 AI 특례를 도입하기로 했다. AI 학습데이터를 명분으로 일종의 ‘백도어’를 둔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전장은 아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국적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분을 80%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회사지만, 미국법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국외 유출하는 시도는 AI 학습데이터 활용 이전에 개인정보의 해외반출 대목에서 쟁점이 될 여지가 크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업무용 데이터로 파악해 노동자의 동의 없이 학습용 데이터를 축적하더라도 이를 해외 법인으로 옮겨 학습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선택지가 없진 않다. 아예 해외공장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싱가포르공장과 미국 앨러배마공장 등 현대차공장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그 나라라고 개인정보를 소홀히 하진 않는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해 8월 펴낸 AI 산업전환을 위한 데이터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AI 학습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률을 발의하고, AI 저작권 공개 법안을 발의해 학습데이터의 투명성 확보를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데이터법을 제정해 데이터에 대한 개인 통제권을 강화하고 2024년 AI법을 발의해 AI의 작동 방식과 데이터 활용 과정을 명확히 하고 데이터 수집에 당사자 동의를 필수로 요구한다.
2차 하청사 노동자 40명 임금·퇴직금 미지급 … 퇴직연금 가입 않고 버티다 입찰 탈락 후 짐싸기자명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가 노동자 퇴직금과 1월 급여 8억1천88만원을 체불했다.24일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
2026-02-25 |
2차 하청사 노동자 40명 임금·퇴직금 미지급 … 퇴직연금 가입 않고 버티다 입찰 탈락 후 짐싸
기자명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가 노동자 퇴직금과 1월 급여 8억1천88만원을 체불했다.
24일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태훈)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공장 차체부 2차 하청업체인 피디에스(PDS)는 노동자 40명의 1월 급여 1억3천320만원과 퇴직금 6억7천768만원 등 8억1천88만원을 체불했다.
피디에스는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로 조업했지만 최근 경쟁입찰에서 탈락해 1월 말부로 계약을 해지했다. 노동자 40명 고용은 모두 새롭게 계약을 따낸 비원테크로 승계됐다. 그러나 피디에스가 지급해야 할 1월 임금과 그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임금이 체불됐다.
특히 피디에스는 그간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아 퇴직금 체불 피해를 키웠다. 김태훈 지회장은 “하청업체에 수시로 퇴직연금 가입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금으로 체불임금 받으라는 뻔뻔한 주장”
사용자쪽은 지급할 재원이 없으니 정부의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라는 주장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회장은 “설 연휴 직전 현장에 나타난 사용자쪽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줄 수 없다며 사장을 노동청에 고발해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라고 말했다”며 “세금으로 체불임금을 받으라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지회는 “임금과 퇴직금 부담을 국가에 전가하려는 얄팍한 수작일 뿐”이라며 “원청이 지급하는 노무비는 임금과 퇴직금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정상적으로 인건비가 모였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따졌다.
게다가 피디에스는 경쟁입찰 탈락 뒤 12일 퇴직금 산정서를 노동자에게 배포하면서 퇴직 사유를 정리해고가 아닌 자발적 퇴사로 명시하기도 했다. 자발적 퇴사시 실업급여 수급에 불리하다. 심지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회는 “피디에스 직전 업체인 도원도 퇴직금을 체불했다”며 “연타석으로 체불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협력사 행동지침’ 위배 소지
지회는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임금체불 비대위원회를 꾸리고 고용노동부에 임금과 퇴직금 체불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지회는 “사내하청에서 벌어지는 파렴치한 행위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가 개정된 것”이라며 “피디에스를 비롯해 1차 하청업체인 비티엑스(BTX)와 한국지엠은 임금이 사라진 원인이 무엇인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디에스의 이런 행위는 지엠 그룹의 협력사 행동지침과도 배치한다. 지엠은 지엠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환경침해를 막겠다는 취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의 하나로 협력사 행동지침을 정하고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2차 하청업체인 피디에스 경영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한다. 지회는 “지엠 협력사 행동지침에 정면으로 위반하기에 강력히 항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대전충남·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는 노동법 무풍지대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특별시 외투기업에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를 지우지 않는 조항이 들어간 데다가, 경제자유구역을 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투기업과 국내복귀기업은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을 무급휴일로 바꿀 수 있다. 심지어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결을 받는다면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혹은 노동자 파견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3개 통합특별시 외투기업에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 삭제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이 특별법안을 보면 “통합특별시 안의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12조(사업주의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215조(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다른 법률의 적용 배제)에 명시됐다.
외투기업 지원을 위해 삽입한 조항으로 읽힌다. 215조 하단에는 “통합특별시장은 외투기업이 고령자를 채용하면 통합특별시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고용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남광주뿐 아니라 대구경북·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입법안에도 같은 조항이 있다. 다만 대구경북·대전충남 통합특별시 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결과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고 보류됐다.
법이 통과된다면 이 통합특별시에서 사업을 하는 외투기업은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가 없다.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가 있는 사업주는 매년 고령자 고용현황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이 조항 또한 특별시 외투기업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노동부 장관은 통합특별시에서 고령자 고용비율이 적은 외투기업에게 고령자 고용촉진·고용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할 권한이 없다.
‘유급휴일 없는 경제자유구역’ 통합특별시엔 더 쉽게 생긴다
통합특별시에 경제자유구역이 생긴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통상 경제자유구역은 시·도지사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요청한 뒤 △산업부 장관과 관계 행정기관 장의 협의 △산업부 산하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지정된다. 그러나 특별법안은 경제자유구역이 비교적 쉽게 통합특별시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보면, 통합특별시장이 이른바 ‘글로벌미래특구’ 계획을 세운 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관계부처와의 협의만 거쳐 경제자유구역을 만들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특구 협의를 요청한 뒤 20일이 지나면 협의가 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대전충남·광주전남의 경우 “산업부 장관은 통합특별시장이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변경을 요청한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특례를 넣었다.
이렇게 쉽게 만들어진 경제자유구역은 각종 노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주 1회 유급휴일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급휴일 등을 무급휴일로 바꿀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17조(다른 법률의 적용배제 등)의 “입주외국인투자기업 및 입주국내복귀기업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55조(휴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무급휴일을 줄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파견 확대하고 장애인 고용의무 없고 진보정당·시민사회 “모든 대응 나설 것”
경제자유구역에서 적용이 제외되는 노동관계법은 한두 개가 아니다. 노동부 장관은 경제자유구역 입주 외국인투자기업과 입주국내복귀기업에 대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의 노동자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거나 노동자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일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상 장애인 고용의무, 고령자고용법상 고령자 고용 노력의무도 경제자유구역에서 무력화된다.
‘반노동 조항’이 아니더라도 법안을 제고하라는 목소리는 이미 높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긴급 입장을 내고 “지방분권이라는 명목하에 탄생할 통합시 행정부는 사실상 제왕적 수준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4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25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과 주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며 “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향후 법 개정 운동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