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로봇과 결합해 실제 작업환경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산업안전 기준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기존처럼 로봇을 울타리 안에 가두고, 사람이 접근하면 멈추게 하는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적’ 위험성 평가에서 ‘동적’ 위험성 평가로

피지컬 AI는 AI와 센서, 로봇, 제어시스템이 결합해 실제 작업환경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기술이다. 기존 디지털 AI가 정보를 분석하고 답변하는 데 머물렀다면, 피지컬 AI는 스스로 판단한 뒤 물리적 동작을 수행한다. 산업용 로봇도 고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작업을 하던 단계에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협동로봇, 나아가 AI 기반 자율로봇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안전은 정해진 동작을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이었다면 피지컬 AI 시대의 안전은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의 행동을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피지컬 AI 시대, 산업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연 산업안전보건의 달 기념 특별세미나에서다. 세미나는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이중남 협회 인증부장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로봇 안전체계는 로봇 행동과 작업환경이 예측 가능하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졌다. 방호울로 사람과 로봇을 분리하고, 사람이 위험구역에 접근하면 장비를 멈추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AI 기반 로봇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 뒤 움직인다. 같은 입력에도 다른 행동이 나올 수 있고, 경로도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새로운 위험도 제시됐다. AI가 작업자의 손을 공구로 잘못 인식하는 오판단, 조명 변화와 반사광·분진으로 인한 비전 인식 오류, 정상작업 데이터 중심 학습에 따른 데이터 편향, 자율이동로봇 증가에 따른 충돌·협착 위험 등이다. 사이버 공격으로 로봇 경로나 속도가 바뀌면 디지털 침해가 실제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중남 부장은 기존의 정적 위험성 평가만으로는 이런 위험을 포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설치 때 한 차례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센서로 작업환경을 계속 감시하고 위험도를 계산해 로봇 속도를 줄이거나 자동 정지하는 실시간 위험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봇 안전, 기계 넘어 공간과 데이터 문제로

김준영 성신여대 디지털 모빌리티&로보틱스 연구소장은 로봇 안전을 건축물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로봇이 오피스, 호텔, 병원 등 실내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엘리베이터·출입문 연동, 통신·관제 인프라, 보행자 공존 동선이 안전의 전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로봇 친화 건축물을 로봇 운용을 위한 물리적·디지털 인프라와 중앙통제 체계를 갖추고, 사람과의 안전한 상호작용을 보장하는 건축물로 설명했다. 그는 로봇 도입 뒤 사후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안전 동선, 비상정지 구역, 고장 대응 책임체계, 유지보수와 모니터링 체계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피지컬 AI 시대의 산업안전 기준이 기능안전, AI 안전, 사이버보안, 동적 위험성 평가를 포괄하는 통합 안전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술 도입 속도를 안전기준과 인증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새로운 유형의 산업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