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첫 중대재해사고로 기소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에 대한 1심 선고가 마침내 이뤄진다. 사고 발생 1천473일 만이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판사 이은영)은 10일 오후 선고공판을 열고 2022년 1월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책임을 묻는다고 9일 밝혔다. 8명을 기소한 검찰은 정 회장을 안전·보건 업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 경영책임자로 보고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채석량 늘리려 편법·꼼수 동원한 ‘전형적 인재’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이틀 만에 노동자 3명이 이 사고로 사망했다. 편법적인 채석량 증가가 원인이 됐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2018년 채석량이 연평균 생산량에 미달하자 기존 채석장 인근에 신규 채석허가를 추진했다. 지지부진하자 편법적으로 부대시설을 채석장으로 변경했다. 신규 채석은 허가가 필요하나 부대시설을 채석장으로 바꾸는 것은 신고로 가능한 점을 노렸다.
삼표산업은 변경 채석장 석분토를 상부에서 하부 순서로 기울기를 준수하면서 걷어낸 뒤 지표면에 발파 작업을 해 지하에 있는 골재를 채취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신고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석분토 하부 일부를 먼저 걷어내고 채굴을 했다. 결국 그대로 남아 있는 석분토의 하중 증가와 지속적인 발파에 따른 영향으로 기울기가 허용 한계치인 45도를 상회한 53도에 달하게 됐다. 급경사로 덤프트럭이 전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붕괴 징후가 나타났지만 채석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삼표산업은 증산을 결정했고, 2022년 1월3일부터 사고가 발생한 29일까지 24일 동안 채석장 생산설비가 가동됐다. 결국 사달이 났다. 노동자 3명은 그날 오전 9시50분께 채석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무너져내린 석분토 약 30만제곱미터에 파묻혀 사망했다.
계열사 사고, 그룹 총수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비교적 명확한 사고 개요에도 기소와 재판은 지연됐다. 그룹 총수인 정도원 회장의 책임 여부가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회장이 안전보건업무 등을 총괄하는 경영책임자라고 봤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를 투입해 채석 같은 원료 생산과 레미콘 같은 건축자재 최종 생산·판매를 수직계열화했고, 계열사 매출은 다른 계열사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차원의 일관된 의사결정을 위해 주식회사 삼표를 중심으로 단일화한 회의와 절차를 운영해 계열사를 관리했다. 이 정점에 정 회장이 있다.
검찰은 정 회장이 사고 약 1년 전인 2021년 1월28일께 삼표산업 환경안전본부로부터 사업장 순회점검결과를 보고받고, 삼표시멘트 산업재해 관련 취약점을 지적하는 등 실질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봤다. 또 계열사 원가 절감 지시를 비롯해 2021년 12월 정례보고에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연간생산목표 상향도 지시했다. 참사의 원인에 직접 관련이 있는 결정이다.
사고 초기 중대재해처벌법 고발 등에 참여한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계열사 사고에 대한 그룹 총수의 책임을 묻는 최초의 판결로 의미가 있다”며 “동시에 지연된 재판으로 피해자의 피해구제 어려움이 커지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쟁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