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직접고용→배치발령’ 적법하다는 대법원 현대차 노동자 최병승씨 12년 만에 패소 … “대기발령 정당, 결근 기간 임금 지급의무 없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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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작성일 | 2024-01-05 07:43:17 | |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2013년 8월8일 불법파견 인정을 촉구하며 울산 현대차 앞 철탑에 올라 296일 동안 농성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부당해고한 노동자를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원직복직’이 아닌 ‘대기발령’을 했더라도 임시적인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시적인 대기발령의 경우 정당성 판단기준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최초로 ‘사내하청 불법파견’을 끌어냈던 현대자동차 노동자 최병승씨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대기발령을 거부해 결근한 기간의 임금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나머지 원·피고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2011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2년 만의 대법원 결론이다. 직고용 판결에 대기발령, 출근거부 맞서 사건은 2002년 3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한 최씨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2005년 2월 해고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2년을 초과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원청 사업주가 직접 고용하도록 정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실상은 ‘파견’ 형태인데,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이 금지된 직종이라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인정·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005년 1월 잔업거부를 시작으로 파업에 돌입했고, 101명이 해고됐다. 해고된 최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2010년 7월22일 원심을 뒤집고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사내하청 불법파견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이후 판결이 확정되자 중앙노동위원회는 2012년 5월 재처분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하고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되레 ‘대기발령’으로 맞섰다. 2013년 1월 ‘배치대기발령’을 통보하자 최씨는 원직복직을 요구했다. ‘철탑 농성’을 시작으로 그해 8월까지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대차측이 이를 거부하자 최씨는 927일간 출근을 거부했다. 최씨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단체협약 조항’이었다. 당시 단체협약 36조는 “해고가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 판결에 의해 부당징계로 판명됐을 때에는 피고(현대차)는 판정서 또는 결정서 접수당일부로 징계무효 처분을 하고 원직복직명령을 하며 임금 및 해고 기간의 평균임금의 200%를 즉시 가산 지급한다”고 정했다. 현대차가 중노위 재처분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차 해고된 최씨, 대법원 “대기발령 임시적 조치” 사측은 최씨와의 면담에서 배치대기발령이 재심판정 이행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3~4주간 대기발령 동안 직무교육을 거쳐 업무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6년 12월 무단결근을 이유로 최씨를 2차 해고했다. 그러자 최씨는 미지급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2005년 해고 당시부터 2013년 배치대기발령 기간을 비롯해 대기발령을 거부한 기간의 임금, 단체협약의 부당징계 가산금까지 요구했다. 1심은 해고를 무효로 판단해 미지급 임금과 가산금 등 8억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반면 2심은 해고무효는 유지하면서도 가산금 지급 의무는 인정하지 않아 지급액이 4억6천만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임금지급의무 전체를 사실상 면제했다.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최씨의 2차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배치대기의 인사발령은 고용간주된 최씨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직무교육 등을 통해 사업장 질서에 맞게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최씨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으며 회사가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쳤다”고 판시했다. 중노위 재심판정 이후 복직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의도가 현대차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단체협약상 ‘가산금’도 최씨가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현대차가 2005년 2월 사업장 출입을 금지함으로써 최씨를 해고한 행위는 징계권 행사 또는 징벌적 조치로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해고 조치는 최씨가 사내하청 소속을 전제로 한 것일 뿐 원청 소속에 따른 징계가 아니란 얘기다. 이로써 배치대기발령 기간(2013년 1월1일~2014년 3월31일)의 임금에 대해선 현대차의 지급의무가 사라지게 됐다. 대기발령 정당성 첫 기준, 법조계 “실상 외면” 아울러 이날 쟁점이 비슷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오지환씨의 부당해고 사건도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 오씨는 2003년 징계해고된 후 2015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됐지만, 배치대기발령이 내려지자 375일간 결근해 2차 해고를 당했다. 오씨는 부당해고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일시적 대기발령’ 정당성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만 대기발령 전체가 적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기발령이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받을수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봐 대기발령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씨를 대리한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2013년 당시는 비정규직이 여전히 많이 해고되는 등 탄압받던 시기라 상징과 같았던 최씨가 앞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현대차의 대기발령은 이를 탄압할 의도였다”며 “대법원이 형식상 절차만 살펴 본질인 단체협약 조항을 외면한 부분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